플랫폼 기업의 위력 (스냅 실적발표와 애플)

    본격적인 2021년 3분기 실적 발표 1주 차가 지났습니다. S&P500 기업들의 80% 이상이 어닝서프라이즈를 했고 그에 발맞춰서 S&P500은 역사상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이번 주 특히 주목을 받았던 기업은 테슬라와 스냅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너무나 많은 블로거와 매체에서 그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고 오늘은 플랫폼 기업의 위력과 스냅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스냅 실적 발표

     

    스냅 주식이 3분기 실적 발표를 한 오늘 새벽 최대 -25%까지 빠졌고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2% 정도 하락했습니다. 미국 주식은 이렇게 실적이 발표되고 결과나 가이던스가 좋지 않으면 놀랄 정도로 빠르게 크게 하락합니다. 어떻게 보면 실적에 정직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투명성이 여기에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냅의 경우 수치상으로 보이는 결과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EPS는 월가 예상치보다 2배가 넘게 나왔고 매출이 컨센서스에 0.03B 모자랐고 인당매출(ARPU)가 약 5% 정도 낮게 나왔다는 거 말고는 큰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CEO의 어닝 컨퍼런스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얘기가 나왔고 향후 가이던스가 굉장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Snap 21Y3Q 실적요약
    Snap 21Y3Q 실적요약 (출처: AlphaStreet)

     

    CEO가 말한 우려스러운 얘기는 애플의 ATT(App Tracking Transparency) 때문에 스냅의 광고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고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ATT 관련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애플의 ATT

     

    애플은 iOS 14.5부터 앱 추적 투명성 (ATT)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은 어느 순간부터 앱을 다운로드해서 처음 사용한다면 팝업이 떠서 앱에서 사용자의 활동 기록을 추적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버튼이 나온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IT 전문업체인 애플인사이더의 통계에 따르면 이 기능이 추가된 이후 4%만이 추적에 동의했고 나머지는 추적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폰을 쓰고 있는 저도 추적에 동의하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추적이 되지 않으면 앱 사업자는 개인정보 취득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SNS 회사들은 애플의 IDFA를 이용해서 사용자 맞춤 광고를 해서 큰 효율성과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IDFA는 애플이 부여한 고유식별자로 사용자의 검색활동이나 앱 이용 기록을 추적하는 기능입니다. 애플이 ATT 기능을 도입하게 되면서 기존의 SNS 회사들은 개인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져서 광고의 제작비도 늘어나게 되고 특히 가장 중요한 사용자 맞춤형 광고의 정확도가 굉장히 떨어지게 되어서 광고주들에게 그동안 광고의 효율성으로 많은 돈을 받았던 SNS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의 감소가 예상이 됩니다. 

     

    스냅의 CEO가 향후 가이던스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이유도 위의 내용 때문입니다. 실제 ATT가 도입이 되었을 때 얼마나 Earning에 영향을 미칠지 예상을 못했지만 실제 도입이 되고 결과를 보니 굉장히 우려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적 우려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냅의 주가가 어닝 발표 이후 급락하게 된 것입니다.


    플랫폼의 광고사업

     

    애플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 ATT를 시행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정말 애플이 사용자들을 위해서 이러한 정책을 만들었을까요? 기업은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ATT를 시행하면 본인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시행한 것입니다. 저는 이게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플랫폼을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해서 애플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요?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안 한다는 것 자체가 배임입니다.

     

    애플은 앱스토어 내에 Search Ads라는 광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어떠한 앱을 검색하게 되면 Search Ads가 그와 비슷한 앱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서비스입니다. 우리가 네이버에서 뭐 검색할 때 광고로 최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것과 비슷한 서비스입니다. 

     

     

    Evercore ISI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50억 달러 수준의 애플의 광고 매출이 3년 후에는 약 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ATT를 시행한 이후 광고주들은 iOS 플랫폼을 가지고 세분화된 실시간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애플에 훨씬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애플은 광고주들에게 앱 사용자의 광고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광고주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TT 적용 이후에 각 앱 사업자들은 최대 72시간이 지나서야 사용자의 광고 반응 데이터를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과 정확도면에서 애플보다 훨씬 데이터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ATT 영향받는 기업

     

    오늘 새벽 ATH에서 크게 빠지고 있는 기업들을 보시면 ATT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어딘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SNS 앱을 통해서 광고수익이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시는데 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빠진 거 보고 놀라셨으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빠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분명히 ATT로 인해서 위의 기업들의 광고에 대한 실적은 향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구글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도 2022년 ATT와 유사한 Safety section 정책을 도입을 할 예정이고, 지금은 iOS에서만 적용을 받는다면 향후에는 안드로이드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세 회사 중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보다 구글이 주가가 덜 빠진 이유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iOS 쪽 유튜브에서 수익 감소가 예상이 되지만 반대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는 애플처럼 새로운 광고 매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최근에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회사로 바꿔 나가겠다는 뜻도 아마도 iOS나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광고수익으로만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예 아직 아무도 선점하지 못한 메타버스 쪽으로 추가적인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플랫폼 기업은?

     

    애플이 가장 강력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10년째 시가총액 1위를 하고 있는 원동력입니다. 애플은 수직계열화가 아주 잘 되어 있는 회사이자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은 회사입니다. 물론 기계 제작은 외주를 주기는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적인 부분은 직접 하고 있으며, 제작 부분은 언제든지 밴더들에게 Bidding을 시켜서 제작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어폰 에어팟을 보면 시중에 1-2만 원만 줘도 에어팟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무선 이어폰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가 있는 애플 마크를 달고 나오니깐 20만원 넘게 받을 수 있고 그것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그리고 수직계열화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도 생태계에서 각종 기계들을 수직 계열화시킵니다. 특히 애플 사용자가 이러한 현상이 강합니다. 핸드폰, 태블릿, 이어폰, 와치, 노트북, PC 등등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휴대 전자기기를 전부 iOS 플랫폼으로 수직 계열화시킵니다. 

     

     

    그럼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것은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고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향후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직계열화는 이번 3분기 어닝을 보시면 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공급망 부족 때문에 해당 산업군의 대부분의 기업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홀로 실적이 좋은 회사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수직계열화가 되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유연합니다. 브랜드 가치는 한 번 한 회사의 제품을 구매했을 때 재구매 의사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이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위의 수직계열화와 브랜드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의 출시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App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현재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그러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그 소프트웨어가 완성이 되는 순간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기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기존의 잣대로 밸류에이션 한다는 거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의 수익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확신이 되는 순간 폭발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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