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현재의 통화정책

    얼마 전 미국의 CPI데이터가 발표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의 강도가 높고 그 지속기간도 더 길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입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서 미연준은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도구 즉 금리인상이 과연 현재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해법일까요? 그리고 이러한 금리인상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상흔을 남기게 될까요? 오늘은 인플레이션과 초양극화 사회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가상승의 주범

     

    이번 미국의 CPI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가상승의 주범은 바로 중고차와 원유입니다. 중고차와 원유가 작년 대비 약 40%가 오르면서 물가상승의 선봉장에 섰습니다. 중고차의 경우는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서 신차의 출고량이 적어지면서 기존 신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중고차 시장에서의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유의 경우는 원활하지 못한 물류난으로 인한 상승도 있지만 지정학적 문제도 결부되면서 상승이 생각보다 많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를 보면 코로나로 인한 공급단의 문제와 지정학적인 문제로 인한 물가상승이 원인입니다. 그런데 연준의 진단은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인플레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서 돈줄을 죄는 것이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준의 행동이 바이든 정부의 무능과 연준의 정치화가 결부된 잘못된 진단이라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실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난과 물류난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인데 그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돈이 많이 풀려서 인플레가 일어나고 있다고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약과 같은 QE

     

    미국 정부는 2008년 월가의 모럴해저드로 인해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QE(양적완화)라는 쉬운 방법을 택해서 해결하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돈을 찍어서 해결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금융시스템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으며, 1차 QE를 시작으로 3번의 QE가 4년에 걸쳐서 시행되었습니다. 아픈 환자의 환부를 도려내서 근본적인 치료를 한 것이 아니라 마약성 진통제를 줘서 고통을 잊게 만든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이러한 QE를 단행한 밴 버냉키와 미 연준은 당시 붕괴된 금융권에 자금을 지원하여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면 그 상승된 자산 가격으로 인해서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그들은 분명히 알았을 것입니다. 돈을 찍어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명분을 만들었던 것뿐이죠. 어쨌든 이러한 화폐 찍기를 통해 월가는 다시 살아났고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엄청난 부를 창출해냈고, 일반 서민들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하락으로 점점 더 삶이 어려워지게 된 것입니다. 연준에서 얘기한 것과 정반대로 찍어낸 돈은 자산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그대로 고여있었고 자산가치가 계속 올라가니 돈은 계속 자산으로만 가게 되어서 오히려 돈이 돌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래는 미국의 화폐 유통속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미국 M2 유통속도 그래프
    미국 M2 유통속도 그래프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그래프를 보시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60여 년간의 미국 달러의 광의의 통화 즉 M2의 유통속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급격하게 화폐 유통속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반면 아래의 그래프는 미국의 M2 그래프인데 계속 우상향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M2 증가 그래프
    미국 M2 증가 그래프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돈을 풀면 풀수록 통화 유통 속도는 떨어지고 있으며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돈을 푸는 목적은 풀린 돈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서 생산적인 곳에 쓰이게 되어서 성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인데, 실제로는 돈이 풀리면 오히려 돈이 더 돌지 않고 비생산적인 곳 즉 자산에 파킹 되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얘기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의 차이가 극심해졌다는 뜻이고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훨씬 심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코로나 때 미국 중산층에게 Stimulus Check를 받으면 뭘 하겠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주식을 사겠다는 의견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수조 달러의 돈을 찍어서 유통을 시킨 이유는 GDP의 구성요소 (소비+수출+투자)에서 소비 부분을 국가가 책임진 것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해서 노동참여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에 따라서 많은 국민들의 소득이 급감하게 되면 결국 GDP 구성요소의 하나인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것은 GDP의 감소 즉 리세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돈을 찍어서 나눠주고 멱살 잡고 경제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불가피하게 국가가 개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는 또 한 번의 모르핀을 맞고 생명유지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인상과 긴축이 현 상황에서 해법이 아니라는 것은 노동참여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미국의 노동참여율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인해서 떨어진 참여율의 절반 정도밖에 현재 회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참여율 그래프
    미국 노동참여율 그래프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연준은 기저효과로 인한 경기반등을 너무 이르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서 영구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떠난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GDP에서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층이거나 상대적으로 비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노동참여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생산가능 인력이 줄었다는 뜻이고 이 말은 실제 국가의 지원이 없는 상황이 되면 이 줄어든 인력으로 인한 생산성의 저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테이퍼링이 끝나고 충분히 경제체력이 되는지 확인하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서 정치공학적으로 연준이 너무 급하게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성장이 뒷받침 되어주지 못하는 급격한 금리 상승은 또 다른 경제 침체를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우려가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반영되고 있음을 아래와 같은 기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리인하 가능성 선물시장 반영
    금리인하 가능성 선물시장 반영 (출처: 트위터 GONOGO)

     

    2024년 말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정말 위험한 시기는 금리를 올리는 시기가 아니라 금리인상이 멈추거나 하락하는 시기입니다. 물론 이 가능성이 맞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경기 침체가 발생하게 되면 더 큰 QE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횟수가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생각이고 틀릴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무분별하게 화폐를 남발하는 시스템은 100%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통화정책 목적

     

    1970대 후반 오일쇼크로 인해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고 이때 연준 의장인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는 것은 매크로에 관심 있는 투자자분들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물론 기준금리의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역할을 했기는 하지만 더 궁극적인 솔루션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유가가 안정을 찾고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지금의 상황도 통화정책의 문제보다는 공급망과 지정학적인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이 인플레이션이 해소가 되려면 통화정책이 아니라 빠른 공급망 문제의 해소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서 원유와 천연가스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낮추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보입니다. 그리고 금의 수요는 절대적인 총량의 수요가 증가한 게 아니고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2011년 원자재 급등도 결국에는 진짜 수요가 아닌 가수요가 만들어낸 착시였고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되지만 정확히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 때문에 바이든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큰 패배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성급한 통화정책을 펴지 않나 보입니다. 지금의 급격한 통화정책의 긴축은 아마도 상반기가 피크를 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선거가 있기 때문에 분명 바이든 정부는 덜 매파적인 모습의 연준을 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면 선거에 절대적으로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선거와 상관없는 상반기에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선거를 위해서 주가를 살려놓을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정 리

     

    현재의 통화정책의 급격한 긴축에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화해의 무드만 흘러도 시장이 급반등을 하는 것을 보면 이미 급격한 통화정책에 대한 리스크는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유례없는 상황과 지정학적인 리스크는 언제든지 시장을 공포감으로 다시 몰아넣을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작년과 재작년보다는 더 보수적으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현금보다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굳이 현재 우량 자산을 팔고 현금화할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생존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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