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 성공이 어려운 이유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전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애플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투자자분들이 있을 것이고 비판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팅은 애플을 험담하는 것이 아닌 애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오히려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아닌 다른 쪽으로 사업 확장을 한다면 더 좋겠다는 뜻으로 작성하는 글입니다. 다른 사업분야는 VR/AR이나 헬스케어, 원격의료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애플의 경영진이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봅니다. 그럼 왜 자동차 분야는 애플이 쉽게 진입이 어려운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CEO의 철학

     

    저는 회사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CEO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투자를 할 때 CEO의 역량을 가장 중요시 봅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2017년에 모델 3 양산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테슬라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고 했습니다. 이때 일론 머스크는 애플의 CEO인 팀 쿡을 찾아가서 테슬라를 매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팀 쿡은 일론 머스크의 매각 의사를 거부했습니다. 만약 애플의 CEO가 전기차가 미래라고 생각했었다면, 그리고 지금 시총이 그 당시보다 20배 더 커진 테슬라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당연히 인수를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현재의 애플의 생태계는 전임 CEO인 스티브 잡스 시절에 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그 속의 iOS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각종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생태계의 뿌리는 스티브 잡스 시절에 이미 큰 줄기는 완성이 되었습니다. 저는 창업자가 CEO인 회사에 투자합니다. 그 이유는 변화와 혁신은 창업자가 CEO 일 때 가장 많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쉽게 혁신이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은 혁신보다는 안정 그리고 주주를 위한 배당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지키기 위한 CEO는 모빌리티 혁명에서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하기 위한 큰 움직임을 보이기가 어렵고, 그러한 이유로 현재 애플이 전기차와 자율주행과 관련되어서 회사 측의 어떤 공식적인 프로세스나 진행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보도를 통해서 2025년까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애플카가 나올 것이다라고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플의 애플카 보도는 월가의 주가 부양을 위한 좋은 소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잊을만하거나 애플 주가가 부진하면 기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이전에 자율주행

     

    혹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애플의 iOS 생태계를 벗어 날 수 없기 때문에 애플카가 나오면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애플카를 살 것이라고 합니다. iOS에 다양한 앱이 깔려 있고 그것을 통해서 애플카에서 다양한 카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가정은 자율주행이 완성이 되어서 사람의 개입이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해야 되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카 인포테인먼트와 플랫폼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상용화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기술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방향 설정부터가 잘못되었지만 그것을 여기서 다루기에는 너무 길어집니다.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엄청난 자금을 수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주행 데이터도 많이 확보하지를 못했습니다. 구글 자체의 돈으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하니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정해진 구역 내에서의 주행 데이터는 엣지 포인트를 가지는 양질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구글은 현재 테슬라와 완전히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범용 AI 분야에서 가장 선두라고 불리는 구글도 10년 동안 제대로 된 기술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현재 차량도 없고 주행 데이터도 없는 애플이 어떻게 2025년에 자율주행을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이 없는 전기차는 미래의 모빌리티가 될 수 없습니다. 플랫폼 이전에 자율주행이 우선입니다.


    몸이 들어가는 모빌리티

     

    손 안의 컴퓨터가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생태계에 있는 제품은 모두 내 몸 밖에 있는 디바이스들입니다. 와치, 에어팟, 맥북 등 전부 우리의 몸 밖에 있는 디바이스입니다. 따라서 안전과 생명이 우선 되는 것이 아닌 디자인과 감성 그리고 편리함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되는 모빌리티는 내 몸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안전이 가장 중요시되기 때문에 단지 기기들의 연결의 편리성과 애플 브랜드 때문에 무조건 애플카를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율입니다. 이 사고율은 엄청난 양질의 주행 데이터를 통해서 낮출 수 있습니다. 사고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져야 자율주행 제조사에서 본인이 보험을 출시해서 모든 사고 비용을 떠안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를 누가 가장 많이 그리고 빨리 얻느냐의 싸움입니다. 여기에는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더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의 격차는 돈으로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자율주행의 성능은 향상될 것이고 이것은 양의 복리효과로 기하급수적인 성능 향상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1등 자율주행이 앞으로 제도권에서 표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사고율 1%인 차를 타시겠습니까? 아니면 0.1%인 차를 타시겠습니까? 

     

     

    자율주행 시장은 거의 테슬라와 반 테슬라 진영의 엔비디아로 나눠졌습니다. 테슬라는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 칩을 자체 차량에 탑재하고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많은 다른 자동차 업체에 자사의 범용 칩을 탑재하여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일단 차량이 있고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 차량도 없고 자율주행 칩이 개발된 것도 아니어서 주행 데이터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두 진영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데이터의 시간 복리효과는 가장 우위에 있는 경제적 해자입니다.


    스마트폰 업계의 선례

     

    피처폰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핸드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의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최초로 들고 나온 애플입니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와 같은 패스트 팔로워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엘지전자와 노키아처럼 아예 도태되는 경우입니다. 이걸 전기차로 바꿔보면 애플은 테슬라이고 아직 패스트 팔로워와 도태되는 회사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점유율이 15%가 넘어가게 되면 캐즘이라는 특이점이 발생하게 되고 그때부터 전기차의 침투는 급속도로 빨라집니다. 이때가 되면 선두주자와 패스트 팔로워가 정해지고 여기에 끼지 못한 회사는 도태되게 됩니다. 

     

    애플이 계속 기존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을 하기 위해서 의사 타진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협업을 하는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전기차 침투율이 15%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는 선두주자를 빼고는 나머지 업체들 간에는 특별한 우위가 보이지 않습니다. 선두주자가 모든 파이를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떼고 애플의 하청으로 들어가는 것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전기차 침투율이 10%가 넘어가는 때쯤이면 애플과 손을 잡자고 하는 레거시 업체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선두주자와 패스트 팔로워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싸움을 하고 있는데 그때 도태된 업체와 손을 잡고 전기차 시장에 진출을 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뒤에서 전환 비용과 BEP에 대해서도 얘기하겠지만 현재 테슬라를 제외하고 아무도 수익을 내는 전기차를 만들지 못하는데 도태된 내연기관 레거시 업체들이 수익을 내서 전기차를 애플에 납품할 수 있다? 이건 좀 넌센스 같습니다. 아무리 애플이 든든한 원청이라 하더라도 적자 보면서 하청 하는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양산의 어려움

     

    테슬라가 IPO를 하고 일론 머스크가 2020년까지 전기차 50만 대를 생산해서 인도하겠다고 얘기를 하자 레거시 자동차 회사들은 콧방귀를 뀌며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자동차 산업은 공정관리의 끝판왕으로 내연기관차는 부품만 2만 개가 넘고 전기차도 부품이 1만 개 이상 들어갑니다. 수십 수백만 대의 차량이 동일한 품질로 생산이 되어야 하고 품질은 곧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전자제품 생산 공정관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신생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기가 어렵고 양산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정치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을 접은 이유에 이런 양산의 어려움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양산은 정말 어렵습니다. 

     

    폭스콘이나 기타 애플의 스마트폰 하청 업체들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고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자동차 양산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미국 시장에 상장한 전기차 업체들 리비안, 루시드 같은 회사들도 프로토 타입으로 나온 차는 좋을지 몰라도 막상 양산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할지 모르며 그 과정에서 회사의 존립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3년 전 양산과정에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것처럼요. 아무리 애플이 협력업체와 밴더들 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경쟁자들은 애플이 따라오기를 기다려 줄까요?


    이익은 기업의 생명

     

    현재 순수 전기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 중에 전기차만 가지고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는 테슬라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내연기관에서 벌어들이는 이익금으로 전기차 적자분을 메꿔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꿔야 하고 인력도 재배치를 해야 되는 전환 비용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은 엄청나게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서 지금도 영업이익률이 한자리 대인 기존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이익률이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근데 애플의 하청으로 들어가게 되면 애플의 주문을 받아서 생산해야 되는데 협력사가 기존 레거시 업체라면 과연 이익을 내면서 애플에 납품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아마도 본인의 브랜드로 향후 2-3년간 양산하겠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상장까지 해서 실탄을 마련한 마당에 굳이 애플 밑으로 지금 당장 들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죠. 앞으로 2-3년 후에 애플의 밑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경쟁자들은 이미 양산 전기차를 엄청나게 팔고 있을 것이고 이미 시간적으로 늦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핸드폰의 경우 제품 단가가 자동차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가격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저항이 강한 품목이고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져야 침투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테슬라가 배터리와 자율주행을 포함한 전기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해서 수직 계열화하는 이유는 원가를 줄여서 침투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원가가 낮아지면 BEP가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판매 가격을 낮추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애플이 전기차를 통해서 이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핸드폰 제조는 몇몇 협력사를 경쟁시켜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맞출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애플이 원하는 자동차 양산이 가능한 회사는 극히 제한적이고 선택의 풀은 좁습니다. 그리고 협력하는 레거시 자동차 회사는 아마도 애플과 협력하자고 할 때에는 회사의 재무구조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결 론

     

    이 포스팅은 애플을 비난하려고 작성한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하기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단순히 iOS를 통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차를 만들면 애플 사용자들은 전부 애플카를 이용할 것이다라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빌리티가 전동화와 자동화되면 그에 따라서 플랫폼 기업인 빅테크 기업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의 사례를 보았듯이 기술개발의 방향이 어떤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애플은 아직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대해서 어떠한 공식적인 프로토 타입 제품이나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2025년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내놓는다고 한다면 이미 지금쯤이면 프로토 타입이나 공식적인 양산 과정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서 발표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막 상장한 리비안과 루시드 같은 회사들이 프로토 타입 차를 내놓고 앞으로 3년 후에 차를 양산한다고 하는 것 보면 이러한 의문은 합리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만큼 세상에서 돈을 잘 버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위대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애플의 자동차와 자율주행 사업 진출은 어렵다고 보입니다. 차라리 iOS 생태계를 통한 헬스케어 산업이나 관련 산업으로의 확장이 훨씬 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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