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대해서 (2)

    지난번에 쓴 포스팅 환율에 대해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 위주로 추가로 환율에 대해서 몇 가지 써보고자 합니다. 최근에 환율이 1315원까지 올랐습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론적인 지표입니다.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예측도 또한 FX 트레이딩도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다루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견해는 단기적인 견해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견해임을 지난번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먼저 말씀드린 후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지금 한국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고민은 바로 금리인상의 폭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외통수에 걸려서 굉장히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외통수는 금리를 많이 올리면 경제의 한축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제대로 올리지 않으면 현재 미국 기준금리와 같은 1.75%의 상황에서 해외자본의 유출로 인한 환율 상승으로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WTI 기준으로 원유 가격이 100불 이하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주유소의 기름 가격은 요지부동입니다. 그 이유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즉시 반영하고 내릴 때는 늦게 반영하는 한국 정유사의 특징도 있지만, 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환율입니다. 이미 북미의 경우 기름 가격이 즉시 반영이 되어서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원유 가격의 하락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환율 상승의 수입물가 상승의 무서움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전 정부의 시장을 거스르는 각종 반시장 경제정책으로 조만간 한국은행이 외통수에 걸릴 날이 올 것이다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일찍 찾아왔습니다. 그럼 어떠한 정책들이 현재의 환율과 관련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부동산

     

    최근에 한 신문에서 터키의 부동산이 월 10% 즉 연간으로 120%가 상승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터키 대통령인 에드로안의 반시장 경제정책으로 터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헷지를 위해서 부동산을 사들이게 되면서 엄청난 집값 상승을 야기시켰다고 합니다. 왜냐면 화폐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지니 구매력을 보존하려면 지금 당장 부동산을 사야 되니까 지금 못 사면 영원히 못 사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면 너도나도 사게 되고 가격은 폭등하게 됩니다. 

     

    터키의 사례를 보면서 전 정권의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지금 아니면 부동산을 사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가 발동해서 2030 세대가 영끌 해서 집을 샀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전 정부는 젊은 층들이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소득으로 절대 집을 사지 못할 거 같은 공포를 자극해서 미래 수요까지 죄다 끌어오고 심지어는 폭탄세금을 통해서 집이 필요 없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증여를 하게 만들어서 거래 가능한 물량을 줄여 집값을 폭등시키는 부동산 인플레이션을 발생을 시켰습니다. 

     

    부동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당연히 전세 가격과 월세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오르게 된 주거비용에 자금 조달 기준인 금리가 오르게 되면 곱절로 서민들은 고통을 받게 됩니다. 영끌 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당연히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금이 오르게 되고, 또한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도 오르게 되고 그에 따라서 월세도 함께 오르게 됩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3가지 경우중 하나로 의무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게 됩니다. 자가, 전세, 월세이죠. 의무적이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정해진 수입에서 당연히 어딘가에서 줄여서 충당해야 됩니다. 결국 어딘가 지출을 줄여서 주거비용을 내야 된다는 뜻은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고 결국 이게 모든 사회로 퍼져나가게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단지 영끌족의 원리금 부담 때문에 금리 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나 월세에 미치는 파장도 너무나 크고 이것이 한국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금리인상이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미지근한 금리인상은 결국 외인들로부터 한국 원화와 국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고 외자가 빠져나가면 당연히 환율 상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적극적이란 미연준처럼 0.75%씩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을 말합니다.  

     

     

    일부 무주택자나 전 정권의 집값 상승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배가 아파서 그런지 금리를 미친 듯이 올려서 영끌족들 폭망 하고 강남부터 시작해서 집값이 반토막 나야 된다고 쉽게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지면 집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정말 강남 집값이 반토막 나면 그들의 일자리가 사라져서 집은커녕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왜일까요?

     

    강남 아파트가 반토막이 나면 우리나라 경제위기가 왔다고 봐야 합니다. 강남 집값이 40%씩 떨어진 것은 딱 두 번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그럼 왜 이때만 반토막이 났을까요? 위기가 오게 되면 현금이 가장 중요하게 됩니다. 위기 상황이 되면 가장 우량한 자산이 아니면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가진 가장 우량한 자산부터 시장에 덤핑을 칩니다. 따라서 자산가들 즉 사업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량한 자산인 강남 부동산부터 급매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IMF와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강남구나 서초구의 아파트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홍콩시장에서 한국 우량 대기업들 회사채가 40-50% 덤핑 돼서 나왔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안 것은 연기금과 일부 여의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외인들이 현금을 만들어야 되니 가장 우량한 회사채부터 덤핑으로 던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부동산이 폭락하게 되면 기업이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그로 인해서 당연히 구조조정을 하게 되고 많은 실직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기는 부동산 매수가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선뜻 부동산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현금 들고 있는 자산가를 제외하고는요. 물론 경제위기가 오게 되면 환율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영업자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6번째로 높으며 약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그리스, 터키, 코스타리카이고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의 나라 중에서는 단연 1위입니다. 그만큼 자영업자의 비중이 큽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집단이 바로 자영업자입니다. 이 자영업자들이 전 정부의 비의학적 정치 방역으로 인한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피해를 대부분 대출로 버티기를 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까지는 일부 대출의 경우 원리금 상환 유예를 해주고 있지만 영원히 유예를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상환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의 부동산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이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게 되면 당연히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점점 힘들게 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금리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파산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하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미적거리면 당연히 환율이 상승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수입물가가 오르게 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원가가 상승하게 되고 그 상승된 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를 시켜야 되는데 이게 일정 이상 되면 소비자체를 안 해버리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러면 악순환의 반복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월급(수입) - 제품 구매 (지출) - 제품 생산 (제조) - 월급 (수입) 이 사이클이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되는데 소비 부분에서 막혀버려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산업구조

     

    한국의 산업구조는 제조업과 B2B로 수출이 주력입니다. 가진 자원은 인적 기술자원만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에 특화된 기술입니다. 제조업은 업의 특성상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수출에서 유리한 면이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게 되면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 이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은 전자제품과 반도체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각종 전자제품이나 IT기기를 대량으로 구매를 하게 되었으며, 이제 엔데믹 상황으로 가면서 전자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출로 유입되는 달러가 많아져야 환율이 내려가는데 수출 업황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무역적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B2B 기업이 많다는 것은 완제품에 들어가는 무엇인가를 납품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언제나 을의 관계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하면 가격 결정권을 스스로 가지지 못합니다. 즉 가격전가를 시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B2C 기업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전가를 하기 쉽고 또 소프트웨어 파워가 강하기 때문에 원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담이 적습니다. 이러한 산업구조 때문에 원화는 약세를 어느 정도 허용을 해야 되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원달러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 리

     

    환율은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한 나라의 모든 경제 상황이 종합되어 나오는 것이 환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산업구조나 정치상황 그리고 경제정책 등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가겠다는 정도는 각종 매체나 습득할 수 있는 정보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원달러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전 정부의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와 문제점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도 아마 이걸 해결하기에는 상당히 힘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정책을 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표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러한 백척간두의 상황을 잘 해결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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